Daily Life/생각 정리

(독후감)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2로 접어듦 2024. 10. 27. 19:46

<이토록 평범한 미래>

난 딱 이 사이즈 정도의 책이 좋다. 들고다니기 너무 편해.

 

장편소설일 줄 알고 구매했는데, 소설집이었다. 그래도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그렇게 길지 않아, 출퇴근시간에 한 편씩 읽기 참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단편소설들이 엮여 있지만, 대부분의 주요 괄자는 어떠한 한 생각으로 요약될 수 있는 듯 했다. 소설의 분위기가 대부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세세한 내용들을 모두 내쳐버리면서 소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흐르는 것이다.

- 사실 우리는 모두 세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첫 번째 삶은 일반적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삶. 두 번째 삶은, 삶이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삶. 세 번째 삶은, 다시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는 삶.

 


<또 내 학창시절 얘기>

내 학창시절은 내가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사는 것처럼 지냈던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틀에 박힌 하루하루가 수능을 향해 하루 하루 소모될 뿐이었고, 그 다음엔 무엇이 있을지 그려볼 새가 없었다.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잠깐 동안의 혼돈이 있었으나, 대학교 생활도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연스레, 미래를 그려본다기 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익숙해졌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대부분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제대 후 친구들이 복학을 할 때, 나는 1년 휴학을 하며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부터 나는 조금씩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씩 내가 좋아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두렵기도 했다. 모두와 비슷한 삶을 살아 오기만 했기에 '옳은'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할텐데 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

 

지금 생각해보면, '옳은' 선택이라는 것도 없고, '원래의 삶'이라는 것도 없었다.

이 선택이 옳다면, 저 선택은 틀렸는가? 틀렸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남들과 다르게 1년을 보내면, 그것은 틀린 결정이고, 틀린 1년이 되는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선택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새롭게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과 성장, 향상이 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나 다운 삶이고, 평범한 삶인 것이다.

 


<세 번째 삶에 대한 마음가짐>

이러나 저러나, 1년 1년이 이렇게 흘러 어느덧 서른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될 줄도 몰랐다. 이렇게 나이가 들기 전에, 나는 분명 우리나라에, 아니면 세계에 무슨 일이 생길 줄만 알았다. 이렇게나 평범하게 시간이 흘러, 매년 같은 계절이 반복되고, 같은 하늘이 돌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지극히도 평범하고, 예년 같이, 앞으로도 그렇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전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정말 이렇게도 평범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삶이 정말, '이토록 평범한 미래' 처럼 세 번째 삶이라면 더더욱, 나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녀야할까?

 

평범한 미래가 펼쳐지는 것처럼,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게 아닐까. 다시 말해서, 딱히 새로운 행동을 굳이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평범하게 살아왔던 것처럼, 그 관성대로, 너는 그렇게 살게 되겠지. 우리 대부분은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는 듯 하다. 그 관성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만들었을 테니.

그렇다면, 어떠한 미래를 마주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좋겠다. 나는 어떠한 미래를 기억하고 싶지? 다시, 어떠한 미래를 만들고 싶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2024년은, 내가 2023년 이 시점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건 내가 작년에 해당 영역에 대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하루하루를 쌓아간다면, 1년 뒤 이 시점에 나는 조금은 더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삶에 가까워져 있으리라.

 

이게 내가 미래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내년 이 시점도 정말 평범하면서도 완전히 같지 않은 삶이 이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