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생각 정리

(회고) 11월 넷째 주 일기

2로 접어듦 2024. 11. 22. 22:09

회고 글은 제목을 정하기 참 난감하다.

주간 회고라고 적으면 매 주 적어야 모양새가 그럴 듯 하고, 매 주 적기 힘들다고 한 달 회고라고 적으면, 회고할 내용을 고심해야 할 것만 같다. 난 그냥 어떠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뿐인데, 블로그란 플랫폼이 주는 무게감은 종이 일기장과는 느낌이 다르다.

 


 

잘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던 가을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었고, 여름부터 진행하던 토이프로젝트도 잘 완성시키고 싶었다. 동시에, 회사에서 새롭게 부여받게 될 업무들에 대한 이해도도 빠르게 높이고 싶었던, 마음이 많이 앞서 있던 몇 달이었다.

 

열정이 과하면 빠르게 지친다는 사실은 매번 겪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듯한, 왠지 모르게 배우고 싶지 않은 사실처럼 느껴진다. 완급 조절은 장기적인 커리어 개발과 실적 달성에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나에게 '완(緩)' 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그 의미를 이해하면 왠지 모르게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해버린, 아침마다 회사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완급 조절이란 말은 허상처럼 느껴진다.

 

오늘 또 한번 너무 열정이 과했음을 배웠다. 아직 신입의 어색함을 팍팍 풍기던 날이었다. 물어볼까 하다가, 왠지 오기가 생기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고민을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결국 나는 오늘 오후 3시간 정도를 큰 의미없는 고뇌와 코드 작성으로 낭비했다. 업무 시간이 끝나갈 때 쯤에 겨우 털어놨던 고민은 전체적인 진행 사항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혹은 적어도 하면 좋은 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던, 추후 진행하면 좋을 일 1 정도였고,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면 굳이 지금 하지 않고 TODO 리스트로 남겨두면 좋았을 일이었다. 남겨두면 처리하지 않게 될 거라는 내 경험은 주관적이고 어린 생각이었고, 새로운 팀원들과 환경에서는 그 경험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다.

결국 두려움이 시간을 잡아먹었고, 오후 시간에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성취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지치지 않게 낭만을 즐기는 여유가 있는 삶이라면 좋겠다

 


 

조금 더 머리를 굴려봤다면 아직 어린 경험들만 가지고 있음에도, 현재 골몰하고 있는 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당장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고 모두 계속 여쭤볼 수는 없지 않은가.

너무 딥 하게 알아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넘겨버리라는 조언도 들었는데, 그렇다면 '너무 깊다'는 느낌은 어떤 느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내가 최근에 그러한 느낌을 경험해본 적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흠, 아직 전체적인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하지 못하고, 동시에 내가 해보고 싶은 연구에 대한 섣부른 욕심과 열정이 완급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버린 것 같다. 너무 내 체력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지쳐버리는 것 만큼 또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