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이슈와 생각

8월 8일 기록적인 폭우로부터의 반성, 그리고 대통령실(추가)

2로 접어듦 2022. 8. 9. 16:24

아직 나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집중호우, 태풍, 지진 등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기록적인 자연재해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매 순간 어디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통계자료였다. '1초마다 어쩌구...' 하는. 어떤 목적의 통계자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는 이 글을 보고 그만, 생의 시작과 마감에 대한 그 무게감과 소중함을 잃어버렸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가벼운 마음을 가져버리고 만거다.

 

선택적 공감이라고 하던가? 용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이러한 단어가 생긴 배경에는 긍정의 의미는 약했던 것 같다. 삶의 무게에 대해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하지도 못하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나의 삶에 어젯밤 기록적인 폭우가 나에게 찾아왔다.

 

...

옥탑 베란다의 하수 시설이 (오늘도 또.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막혀 방으로 흘러들어왔다. 그 역류하는 빗물들은 내 방바닥을 모두 채운 뒤, 흘러갈 곳을 찾아 문 밖으로 나아갔고 결국 아랫 집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이런 일을 내가 겪을 줄이야(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바닥에 보관한 짐, 옷들과 책, 물건들이 물에 잠겼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언제 이걸 정리하고, 치워야하지? 엄청 피곤한데.

아침이 되서야 나는 관련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 또 잠긴 강남 일대, 서울 안전총괄실 국·실장의 공석... 그리고 반지하에서 숨진 가족.

기사가 여러 개라 정확하진 않지만,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혹은 신사동에서 벌어진 일이다. 40대 자매와 10대 딸이 폭우에 집이 물에 잠겼지만, 나오지 못해 숨졌다(40대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다고 주민센터에 등록되어있었다.) 주변 이웃 2명이 창문을 뜯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한 명만 더 있었으면 가능했을 거라고 안타까워하는 인터뷰 글이 있었다.

강남일대의 하수시설은 시간당 80mm 정도만 처리가 가능한데, 100mm 까지 치솟는 폭우가 왔다고 한다. 개인 차량 침수는 물론, 출퇴근 버스, 지하철, 산사태 ... 많은 피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누구는 목숨을 잃었고, 또다른 누구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기도하고, 새벽 내내 잠도 못 잤을테다.

그런데 겨우 조그마한 원룸 방바닥에 물이 차올랐다고 짜증을 내다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개개인에게 닥치는 어려움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웃기지 않는가? 옷가지는 다시 빨면 되고, 장판은 말리면 되고, 젖은 물건들은 닦고 말리거나, 애정이 없으면 버리면 그만인데.

 

직접 경험하고, 생생하게 목격해야만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제서야 그 본질대로 바라볼 수 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조그마한 내 삶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감정이 앞서고.

 

 

(8월 11일 추가)

나보다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심지어 자연재해로부터 빚어진, 한 가정의 참극을 정치적으로밖에 이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사진=대통령실 페이스북

대통령이 직접 사고 현장에 방문한다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 뉴스매체에서 다룰 만큼 안타까운 사고였다. 어느 누가 사람들의 발 높이에서, 세상의 온갖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누군가 몰래 쳐다보기도 하는, 환기도 어려운 반지하에서 살고 싶어할까?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취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한번 더 국민 안전에 신경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 카드뉴스는 이러한 대통령의 현장점검을 가벼운 공무원식 행정처리로 만들어버렸다. 마치 단순한 성과보고와 같은 방식으로, 이 사람들은 어떤 사진 각도가 현장과 대통령을 잘 담고 있는지, 어떤 문구가 앞으로의 대통령 행보와 관련된 메세지를 잘 담을 수 있을지만 고민했을 거다. 

이 비극적인 사고에 안타까운 감정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과연 이러한 카드뉴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정도의 공감능력도 가지지 않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과연, 카드뉴스의 문구 처럼 '국민 안전을 최우선'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대통령실에서도 주요 정책 홍보활동으로 페이스북 SNS를 사용하는 듯 하다. 페이스북은 잘 이용하지 않아서, 아래 링크와 같은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링크로 첨부해 두었다.

https://www.president.go.kr/ko/contents_new.php?id=cardnews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www.president.go.kr

'브리핑룸' 에 기록된 대통령의 모두발언 내용은 참 볼 만하다.